좋은글

그사람-허홍구

사라봉 2013. 4. 14. 14:49

 

 

급하다고…

꼭, 갚겠다고 …

날 못 믿으시냐고 …

그래서 가져간 내 돈 이천만원

 

자식들에게도

내가 돈이 어딧노 했고

마누라도 모르는 내 쌈짓돈

친구가 한 달만 빌리자 해도

단호히 거절했던 돈

그 돈 그만 떼이고 말았다

 

애타게 찾던 그 사람

몇 개월 만에 전화가 왔다

제가 그 돈은 꼭 갚아야 한다며

은행통장 번호를 알려 달란다

고맙고 고맙다며

감격하여 전화를 받았다

 

자기 식당 말아먹고 남의 집에서

하루 일당 5만원을 받아

어떤 날은 3만원을

또 어떤 날은

2만원을 통장으로 넣어준다

 

오늘도 그 사람 행방을 모르고

눈물 3만원어치를 받았다

기쁨도 3만원어치 받았다

돈보다 귀한 눈물을 받았다

 

그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

부디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라

내게 그 눈물은 행복이다

나도 눈물 3만원어치를 보낸다.

 

 *그 사람: 식당을 경영하다 망한 업주

『계간 스토리문학 2013년 봄호』,《문학공원 》에서